1996년, 배낭여행이 한참 여행이던때.. 지치고 지친 직장생활을 탈피할 방법으로..
갑자기 일본을 갔다.
순하게 나를 따라 나서던 직장동료와 함께..
우리들의 일주일은 해외를 처음가기에 긴장되어 있는 직장동료의 동그란 눈과 함께 시작되었다.
일본인데.. 그러지 말지 라는 생각을 사실은 했었다.
후코오까에서 시작해서, 홋까이도까지 신칸센으로 일주일에 걸치는 여행이었다.
그들의 선진 문화: 질서, 친절, 깨끗함, 겸손, 가 참 좋구나 하면서도 늘 마음속에 깔린게 있었다.
그때는..
여기는 일본이다. 일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는 아니지만 그들중 일부는 민감하게 주의하고 있는 나를 알아채렸고,
물론 나도 그들을 알아 차렸다.
고등학교때 제 2외국어를 일본어로 배웠다.
그래서.. 떠뜸 떠뜸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했다. 되든 안되는 영어로..
내가 일본어로 말하면 그들이 기뻐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들이 자기들이 잘난줄 알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들의 문화, 행태, 그 저변에 깔린 마인드: 자신감과 겸손함, 타인과의 조화, 숨김의 미학 등.. 참 부러웠다.
당시 일본 어디를 가든 화장실에 휴지가 있었다.
난 놀랐다. 여기는 이러네..
우리나라는 당시 휴대용 휴지를 하나씩 사서 가방속에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겪던 시절이다.
또 화장실 차례를 한줄서기로 기다리는 것도 처음 봤다. 거기서..
우리는 화장실 문마다 뒤에서 기다리고..
나보다 늦게 온 옆자리의 사람보다 내가 과연 일찍 들어갈 수 있을지 수시로 쳐다볼 때이다.
당시 일본 어디를 가든,
이들은 당시 내가 강남에서 느낀 것 만큼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구나.
이들은 어디든 그정도이구나..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당부한 적도 없었는데..
난 어느새 국뽕주의가 되어서,,
치열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여행자가 되었다.
옆에 있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 눈이 똥그래진 직장동료를 살피기 보다는..
그들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한날, 문득 보니 직장동료가 없어지는 사태까지 발생..
당시 삐삐, 핸드폰.. 그런 거 최소 우리 두명에게는 없을때다..
다행히 시부야 한복판을 서로 헤매다 만났고,
우리는 무엇이 놀라운지, 무서운지, 배웠는지, 이상한지 등 그제서야 이야기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여기, 2024년 9월 15일,
우리가 머무는 호텔에서 만난 일본인들에 대해 말해본다.
한국인라고, 이웃이라고 반가워 하는 일본인..
내가 만든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일본인도 있었다.
한국에 가고 싶지만, 북한땜에 위험해서 한번 가본적 없다는 일본인도 보았고,
또 과거의 나같은 젊은 일본인도 만났다.
난, 내가 외교관이다 라고 이제는 생각한다. 내가.. 그들에게는 한국이다.
난 일본의 강점을 칭찬 했고, 부럽다 했고,
한국인으로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매력을 이야기 했다.
거짓이 아니다. 그들은 그러니까..
또 북한의 미사일이, 우리로서는 아쉬우나 일상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뒤에서 째려볼 지언정 앞에서는 절대로 꺼내면 안될 것 같았던) 우리들의 역사, 식민문화에 대한 생각도..
그리고 세계주의와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들은 자신 나라의 지진과 재난의 위협을 이야기 했고,
요지부동의 일본경제에 대한 실망을, 거기다 뚝뚝 떨어져 가는 화폐가치에 대한 자신감 저하를..
결코 변하지 않는 보수적인 사회문화를..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할만큼 나도 성숙했고, 그들은 원래 그랬는지.. 다 성숙하였다.
그래도 내가 만든 김치를 신기해 하던 일본인, 그리고 김치드는 것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재료사다가, 김치를 담그는 것을 해보았는데.. 겸손되게 배우는 그 모습.. 참으로 딴판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김치의 우월성을 다른 나라, 미국 사람, 에게 적극 칭찬하는 일본인이었다.
젊은 일본인에게 내가 만든 약고추장도 덜어주었고,
이미 체크아웃했으나 저녁 7시까지 로비에서 기다린후 공항에 가야하는 일본인을
너무 힘들겠다고 이해하면서,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계란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호텔로비까지 배웅나가 택시가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운해 했다.
그들은, 여전히 겸손했고, 친절했고,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나 아름답게 한다.
어떻게 저런 국민들이 있을 수 있을까?
학습하는 일본인.. 학습하는 나라.. (나는 그들을 그렇게 보았고..)
표현하는 한국인.. 하고싶은 것을 해내는 나라..(그들은 우리를 그렇게 보더라..)
나는 변했다. 난 그들을 인정했고, 그들의 고민을 공감했고, 그리고 있는 그대로 그들을 친구로 인정했다.
그래서 그들이 한국을 찾아온다면, 정말 식사 대접할 것이라는 막연한 계획도 한다.
멋진. 일본인.. 계속 그대로 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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